"엄마, 우리 할머니는 언제 태어나셨어?"
"할머니는 38년, 할아버지는 36년~ 왜애?"
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나이 많으신 분이 쓴 글을 읽었다. (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전혀 상상이 안간다.)
이 책을 읽고 울 할아버지도 글 하나 남기시고 가시지 싶었다.
난 곧 있음 백수가 된다.
할미 닦달해서 글 하나 써달라고 졸라야겠다.

종이책을 얼마만에 읽는 것인지. 설레는 마음이다.
종이책은 확실히 그 어떤 갬성이 있다. (들기 좀 무겁고 어두우면 읽을 수 없지만.)
종이책은 칼라여서 좋다. (왜 전자책은 흑백인거죠..)
<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.>
YES24의 서평단 모집 공지글에 신청글을 올렸는데, 정말이지, 당첨될줄은 몰랐다. (70명 남짓 중 5명 뽑는데 제가 당첨됐습니다. 기분좋더군요. 감사합니다.) 새해를 선물로 시작하게 되는 행운을 누립니다.
#불편
이 책은 작가 박완서 씨가 생전에 쓴 660여 편의 산문 중 대표작 35편을 엮어 새로 발행한 책이다.
내가 만약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봤다면 구매하진 않았을 것 같다. 총 6개의 챕터가 있는데, 첫 챕터에 수록된 5개의 산문이 다 나랑 안맞았기 때문이다. 작가의 시선과 의식의 흐름이 약간 어거지스러웠달까. 읽다가 주로 느낀 감정은 '녜? 왜 갑자기 그렇게 흘러가는거죠?'
또 책 전반적으로 어감이 강한 미사여구와 단어가 자주 나온다. 특히 '혐오'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 불편했다.
#뒤늦게깨달음#이책의가치를
'박완서'라는 세글자를 어릴적부터 많이 들어는 본 것 같지만, 정작 내가 읽어본 책은 없었다. 첫 번째 챕터를 읽을땐 명성에 속은건가 싶었다. 그래도 계속해서 읽어나갔는데, 뒤늦게 이 분이 31년생이라는 것이 떠올랐다. 소학교에 다니다 개성으로 수학여행을 갔다..? 옣? 개성이요? 허. 6.25도 그 이후 일이구나.
이 책엔 100년의 세월이 걸쳐 있었다. 박완서 할머니의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고, 박완서 할머니의 손주들 이야기가 나오는. 두번째 챕터부터는 꽤나 재미있는 시간여행을 한 듯 했다. 31년생 할머니의 시선을 따라다니는 여행. 일제강점기, 남북분단 등 아주 먼 옛날일 같던 것이 사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였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. 굉장히 가깝지만 먼 그 시절의 평범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어 좋았다. 이해와 공감이 안돼도 괜찮았다. 옛날 이야기는 재밌다.
#가신분의사진
박완서 작가님의 친구분은 어느 날 그렇게 자랑하던 해외여행 사진을 모조리 불태웠다고 한다. 돌아가고나서 남겨진 자신의 사진이 애물딴지가 될까봐. 사진, 그거 태우지 말아요.
#우리할아버지
우리 할아버지는 생전에 사진을 참 많이 찍으셨다. 아직도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면 사방에 할아버지의 자취가 묻어있다. 할머니와의 결혼사진부터 내가 크고 나서까지, 할아버지가 가족 구성원과 찍은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있다. 그래서 할아버지 방은 약간 사진첩 같은 느낌이 있다.
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진 좀 되었지만, 아직도 그 방에 있으면 곧 할아버지가 들어와 "Hey, Hyun Jin, how are you?"하며 말을 걸 것 같다. (우리 할아버지는 매번 하왈유하셨다. 영어는 딱 거기까지였지만.ㅎ) 사진이 항상 그곳에 걸려 있어 나는 우리 할아버지를 추억하기도 쉬운 것 같고, 아직도 마음의 거리가 가깝다고 느낀다.
P38
- 난리다 난리. 버스 차장 아가씨가 잔돈 거슬러주다가 바닥에 흘려서 거지처럼 그 돈을 줍다가 거의 내던지다싶이 버스에서 나왔다면서도 몹시 화를 내지 않은 이유가 모성애같은것 때문이라구요....? 나 정말 이 책 못읽겠네.
P40
나는 평생 그렇게 독하고 추악한 주황색을 본 일이 없다. (중략) 나는 지금도 그 빗속에 번들대던 주황색 지붕을 생각하면 혐오감으로 진저리가 쳐진다.
- 문장에 지나치게 강한 미사여구가 많음. 여기서 주황색은 건설회사의 현장사무소.
(두번째 챕터 시작)
P59
모르겠다. 지금 누가 나에게 보통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마에 뿔만 안 달리면 다 보통 사람 이라고 대답하겠다.
P66
계획한 시간을 예기치 않은 일에 빼앗길까봐 인색하게 굴다 보니 거의 시계처럼 살려니 꿈이 용납 되지 않는다. 낮에 꾸는 꿈 이란 별건가. 예기치 않은 일에 대한 기대가 즉 꿈일 수 있겠는데 나는 그걸 기피하고 다만 시계처럼 하루를 보내게 급급하다. (중략) 조금 덜 바빠 자야겠다. 너무 한가해 밤이나 낮이나 꿈만 꾸게는 말고, 가끔 가끔 단꿈을 즐길 수 있을 만큼 한가하고 싶다.
- 문장을 잘 쓰는 편은 아닌것 같기두.
- 하루를 허투로 보내도, 빠듯하게 보내도 자기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다. 참 사람마음이란.
- 잠과 꿈에 관한 글은 공감이다.
- 일어나야할 시간엔 그렇게 더 자고 싶고, 자야할 시간엔 그렇게 잠이 안온다. 흡.
P115
이 세상에 태어나서 여태껏 만난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나에게 무엇이 되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상하게 했지만 살날보다 산 날이 훨씬 더 많은 이 서글픈 나이엔 어릴적을 공상한다.
- 씁쓸. 살 날이 많은 나는 주로 이 다음을 어떻게 더 밀도있게 잘 살수 있을지 생각하며 지내기 바쁜데, (아, 물론 생각만. 농땡이치는 시간이 훨씬 많은 것 같기두.) 산 날이 더 많은 그때가 오면 나도 서글프려나.
P126
7,80 년대를 끽 소리 한마디 못하고 살아남은 주제에 고작 노래방에서 웬 자유씩이나. 그 생각만 하면 창피하고 혐오스러워 닭살이 돋을 것 같았다.
- 책엔 혐오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. 주로 본인에 대한 혐오다. 혐오라는 단어는 워낙 어감이 세기 때문에 한번만 나와도 강렬한데, 너무 자주 쓰여서 거북할정도다. 이분은 왜 이렇게 자기혐오의 유혹에 쉽게 굴복할까. 삶의 굴곡이 꽤나 있던걸까. 겉으로는 고집세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, 속으로는 본인에 대한 애정 혹은 자존감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.
-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해줍시다.
P202
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서 어떤 여자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은 매우 맥빠지고 낭패스러운 것이었다.
- 흠.
P216 (이 책의 글로 선정되셨습니다. 짝짝)
글쓰는 어려움에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으면서도 속에서 뭔가 조금씩 조금씩 살이 찌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.
- 살은 마음에게 양보하고 실력에게 양보하고 싶네요. 뱃살은 싫습니다.
P252
시간이 나를 치유 해 준 것이다.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.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.
- 시간은 참 잘만 간다. 왜 너만 가냐, 나도 데려가라. 내 실력도 같이 데려가라! 노력없이 실력을, 보상을 얻고 싶다. 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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